영화리뷰 / / 2022. 11. 25. 22:16

미쓰 홍당무(2008) : 툭하면 빨개지는 못난이여왕

반응형

미쓰 홍당무(2008)

콤플렉스 극복에 대해

'미쓰 홍당무'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신선한 소재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 영화로 이경미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2008년 작품인 '미쓰 홍당무'는 관객수 53만 명이 조금 넘었으며 흥행은 조금 못 미쳤지만 '공효진'이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스타덤에 올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고, 기존 한국 코디미 영화와는 다른 틀을 깬 실험적인 코미디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이경미 감독은 생각했다고 합니다. "솔직함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만약 표정관리가 어려운 안면홍조증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말입니다. 이 궁금증에서 시작해 콤플렉스 극복에 대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합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이 없다는 그녀

나이는 29살이고 이름은 양미숙(공효진)은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양미숙은 삽질을 많이 합니다. 그 중 한 가지는 고등학교 졸업여행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점프샷을 찍은 것입니다. 왜 어려운 점프샷을 찍는지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던 그녀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 과목에서 밀려 원하지도 않는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미숙은 영어 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가르치게 됩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생들은 그녀의 수업에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전공인 러시아어만큼이나 인기가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는 얼굴은 안면홍조 수술을 해도 전혀 나아지질 않고 10년은 입은 듯한 단벌 코트는 먼지를 잔뜩 먹고 있는 듯 칙칙함을 감출 수 없는 양미숙입니다. 단지 대인관계가 서툴다고 포장해 말해 주기에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욱하는 성격과 가시 돋친 말투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뱉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이 그녀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엄청 비호감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애교스러운 말투로 다정하게 말하는 상대도 있습니다. 그녀가 무려 4년이나 짝사랑해온 사람 같은 학교 서종철 선생(이종혁)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종철은 아내와 중학생 딸이 있는 유부남입니다. 양미숙은 이 남자와 본인이 연인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서종철에게 술 취한 척 데리러 와 달라는 전화를 하고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상상을 하고 있던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철천지 원수 이유리(황우슬혜) 선생이었습니다. 이 착하고 착하게 생긴 이유리로 말할 것 같으면 같은 러시아어 교사 중 양미숙을 제치고 고등학교에 남게 된 장본인이면서 서종철과 실제 연애 중인 여자입니다. 그러니까 양미숙의 입장에서는 멀쩡하던 직장에 이어서 사랑하는 남자마저 빼앗아버린 악마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이 얄미운 인간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고 남자 교사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때 양미숙의 편이 되어 줄 한 명이 나타납니다. 이유리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할 위기에 처한 서종철의 딸 서종희입니다. 본래 적의 또 다른 적은 나의 친구인 편이고 두 사람 모두 왕따라는 공통점이 있는 양미숙과 서종희는 이유리와 서종철을 갈라놓는 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종희가 알아온 서종철의 메신저의 비밀번호를 이용해 서종철인 척 이유리에게 앞으로는 메신저로만 대화를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메신저로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유리가 깜짝 놀라 정 떨어지게 하려던 생각이었습니다. 부단히 노력한 끝에 둘을 갈라놓은 듯했으나 양미숙 집에 와있던 이유리는 술에 취해 다시 만나자는 서종철의 문자에 급하게 양미숙의 옷을 입고 뛰어 나갑니다. 양미숙도 급하게 이유리의 옷을 입고 쫓아 나가 서종철을 먼저 찾아냅니다. 술에 취한 서종철은 이유리의 옷을 입고 있는 양미숙을 이유리로 착각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이유리는 다른 남자에게 위로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가 외박을 하고 들어오자 서종희는 당연하게도 이유리에게 협박 전화를 걸고 다시 이유리는 서종철의 아내에게 전화해 서종철과 밤을 보낸 사람은 양미숙이라고 말합니다. 다음날 양미숙, 이유리, 서종철, 서종철의 아내, 서종희가 모여 대화를 합니다. 이 영화는 5자 회담이라는 방식으로 막장스러운 상황을 해결합니다. 5자 회담이라기보다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는 방식이었지만 그대로 속에 담고 있던 말들을 모두 하고 양미숙도 망상 속에서 하던 연애를 종료하기도 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사랑스러운 못난이

영화 속 양미숙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을 낡을 때까지 읽고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아마도 짝사랑하던 서종철을 통해서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미숙도 그 고도가 서종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테고 그 고도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간은 모두 양미숙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각자만의 고도를 기다리며 사는 것 같습니다. '미쓰 홍당무'는 세상 모든 못난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합니다. 너무 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꼭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