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2. 12. 8. 16:0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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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잔잔하고 큰 울림이 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누도 잇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일본의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한참 일본 감성에 빠져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영화를 찾다가 보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가 출연했고 다리가 불편한 여자와 남자 대학생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렸습니다.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이별 후에 성장하는 성장일기입니다.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두 사람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대학교를 다니며 마작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어느 날 손님들이 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할머니가 낡은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다닌 지 10년이나 되었고 유모차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추측하는 농담들이었습니다. 며칠 뒤 츠네오는 동네 골목길에서 할머니의 유모차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 유모차에는 돈다발도 마약도 아닌 다리가 불편한 여자아이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였습니다. 조제와 츠네오는 이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츠네오는 얼떨결에 조제가 차려준 아침을 먹게 됩니다. 간단하게 차린 식사였지만 눈이 커질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맛있다는 말에 조제는 나른한 목소리로 탄산처럼 톡 쏘는 대답을 합니다. 조제는 항상 예상할 수 없는 반응을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 무렵 츠네오는 학교에서 만난 카나에와 친해집니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하는 카나에에게 츠네오는 조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츠네오는 조제라는 독특한 사람에게 조금씩 이끌립니다. 츠네오는 조제가 좋아하는 책의 속편을 헌책방을 뒤져 구해줍니다. 그 책은 조제가 읽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제는 가발까지 뒤집어쓴 채 잔뜩 기분을 내며 책을 읽습니다. 며칠 뒤 카나에가 장애인 지원금을 알아봐 준 덕분에 조제가 살던 낡은 집은 무상으로 수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되던 날 츠네오는 조제를 찾아옵니다. 평소처럼 수다를 떠는 중 우연히 닿은 두 사람의 손.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오묘해지려던 바로 그 순간 카나에가 나타납니다. 카나에는 츠네오가 했던 조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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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안에서 듣고 있던 조제의 마음은 복잡해집니다. 츠네오의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조제를 찾아갔지만 조제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할머니는 조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츠네오는 그 길로 조제에게 달려갑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됩니다. 조제를 향한 츠네오의 마음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츠네오가 조제를 위해 만든 유모차가 망가졌습니다. 하지만 츠네오는 유모차를 고치지 않습니다.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차를 빌려 여행을 떠납니다. 츠네오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빌려온 차의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조제가 가고 싶어 하던 수족관을 찾아왔지만 수족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조제는 츠네오에게 업힌 채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지만 츠네오는 조제를 달래주는 대신 지친 표정으로 가만히 있습니다. 휴게소에서 조제를 업고 무거운 걸음으로 걷던 츠네오는 휠체어를 사자고 하지만 조제는 거절합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조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조제는 츠네오의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츠네오는 결국 조제를 집에 데려가지 않기로 합니다. 츠네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제는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바다가 보고 싶다며 바다로 가자고 합니다. 두 사람은 바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파도에 부딪혀 반짝이는 햇살을 구경하고 조개껍데기도 주웠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찍게 됩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츠네오와 달리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조제. 그 여행 이후 두 사람은 몇 달을 더 함께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계절이 바뀌듯 아주 자연스럽게 헤어졌습니다. 조제와 헤어진 츠네오는 한낮의 대로변을 걷다가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책임감의 부담으로 도망친 부끄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제는 울지 않습니다. 후회 없이 사랑했고 그 사랑 덕분에 조제의 세상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달립니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밥을 먹습니다. 앞으로도 조제는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자기 마음을 보살피며 살아갈 것입니다. 

 

언젠가 모두 또다시 고독해질 거야

영화 초반에는 츠네오가 벽장 안에서 웅크려 있던 조제에게 구원자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찾아온 츠네오에게 문을 열어준 것도 조제였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다시 찾아온 츠네오를 잡은 것도 책임감의 부담에 도망친 츠네오를 보내준 것 또한 조제였습니다. 그리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장을 보며 홀로서기하는 것까지도 조제 스스로였습니다. 츠네오는 스스로가 도망친 것이 그들의 헤어진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별은 비슷한 이유로 끝이 납니다. 그냥 좋아서 사랑했고 그냥 시간이 흘러 콩깍지가 벗겨져서 헤어질 뿐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의 이별이 담백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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