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2. 12. 5. 23:02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7) : 파이 한 조각으로 하는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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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7)

 

도시 속 외로움을 말하는 감독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 감독의 첫 번째 할리우드 진출 작품입니다. 2007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고 가수로 활동하던 노라 존스가 스크린 데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탈리 포트만과 레이철 와이즈, 데이비드 스트라탄 같은 유명 배우들까지 조연으로 열연했습니다. 흔히 이 영화의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할리우드 버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중경삼림이 그렇듯 이 영화도 도시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파이로 시작한 그녀의 성장일기

한창 바쁜 저녁시간에 뉴욕의 작은 카페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전화를 건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라는 여자는 아주 다급했고 그녀는 얼마 전 카페에 방문한 손님에 대해 묻습니다. 잠시 후 엘리자베스는 카페로 직접 찾아왔고 카페 사장 제레미(주드 로)에게 그 손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함께 이 카페에 왔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어렵게 기억해낸 제레미는 기억나는 대로 그녀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엘리자베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 밖으로 나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여자를 만나는지 확인하고 나쁜 말을 퍼붓고 다시 카페로 들어갑니다. 엘리자베스는 카페에 두고 나온 가방을 챙기고 가지고 있던 열쇠를 제레미에게 맡깁니다. 그녀는 남자 친구가 오면 열쇠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 떠납니다. 그런데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 즈음 다시 카페를 찾은 엘리자베스. 남자 친구가 열쇠를 찾아갔는지 궁금해 카페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찾으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번 더 상처받습니다. 갈 곳 없이 카페 문 앞을 서성이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카페 안으로 다시 들어와 말동무가 필요하다며 제레미에게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날 이후 엘리자베스는 며칠 동안 카페 마감 시간 즈음 카페를 찾아 제레미가 만들어준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며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갑니다. 그녀가 먹은 블루베리 파이는 사실 그 카페에서 가장 찾는 사람이 없는 파이였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진심을 다해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배신을 당했습니다. 상처받은 엘리자베스는 제레미의 카페 근처 2층에 위치한 그 남자의 방 안이 두려워 자신의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데도 먼 길을 돌아서 갈 정도로 멘털이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상처받은 그 장소로부터 최대한 멀리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멀리 떠나기 전 엘리자베스와 제레미는 비밀스러운 입맞춤을 나누게 됩니다. 처음 엘리자베스가 제레미의 카페에 와서 남자 친구 때문에 상처받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던 그날 밤 엘리자베스는 술과 블루베리 파이로 잠시 상처를 소독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입술에 묻은 파이 부스러기들을 제레미는 자신의 입술로 닦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뉴욕을 떠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언하는 차를 사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일만 하게 됩니다. 그녀는 가장 먼저 멤피스에서 일하게 된 바에서 아내(레이철 와이즈)와 별거 후 힘들어하며 매일 술에 빠져 사는 어니(데이비드 트리스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서쪽으로 향해 도착한 어느 도시 카지노에서는 항상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레슬리(나탈리 포트만)를 만나 라스베이거스로 가며 그녀의 상처를 나누게 됩니다. 겉으로는 튼튼한 척했지만 속은 상처받아 심신이 지쳐 힘든 그들과 대화하며 엘리자베스는 연인의 배신으로 바닥났던 멘털을 조금씩 찾게 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떠난 후 그녀가 제레미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리움에 매일 블루베리 파이를 남겨두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런 제레미에게 엘리자베스는 주기적으로 엽서를 띄웁니다. 1년 뒤 드디어 다시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제레미에게 블루베리 파이는 여전히 한 밤중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지 묻고 그런 편이라는 그의 말에 그런 블루베리 파이를 왜 자꾸 만드냐고 묻습니다. 제레미는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찾아올까 봐 남겨덨어요."라고 답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어요.

포스터를 보고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로만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에 성장물이 가미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 노라 존스의 스크린 데뷔 소식에 본 영화로 신비한 색감과 분위기에 노라 존스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특별히 큰 사건 없이 잔잔하기만 했지만 지루하지 않아 94분이 금방 지나갑니다. 제레미는 엘리자베스에게 블루베리 파이에 비유해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했습니다. 화려한 도시 속에 외로움을 느끼며 모든 일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책하는 사람이라면 올 겨울에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통해 위로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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