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2. 12. 2. 17:57

족구왕(2014) : 족구에 진심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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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2014)

 

청춘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

'족구왕'은 우문기 감독이 미래를 불안해하는 현재의 청춘들에게 위로와 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1999, 면회'라는 작품의 미술감독이었던 우문기 감독의 데뷔 작품으로 일반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만화책 같은 화면 구성과 판타지스러운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재미있으니까 족구 하는 남자

군 제대후 학교로 돌아온 만섭(안재홍)의 앞날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라진 교내 족구장에 대한 만섭의 질문은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으면서 대출이자 연체 같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만 합니다. 만섭의 룸메이트인 형국 선배(박호산)는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하라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만섭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학교를 혼자 어슬렁 대던 만섭은 친구 창호를 만나게 됩니다. 어렵게 족구 친구를 만났지만 학교 족구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래서 만섭은 족구장 건립 서명운동을 벌입니다. 대학총장과의 대화에서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건의까지 합니다. 족구를 향한 주변 반응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위축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만섭의 태도는 족구뿐만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갈 때에도 빛을 발합니다. 만섭과 안나(황승언)는 영어수업에서 만났습니다. 조별로 발표를 해야 되는 수업으로 만섭은 안나에게 먼저 다가가 파트너 제안을 합니다. 안나의 옆에는 강민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학교 홍보 모델로도 유명하고 얼마 전까지는 연인 사이였습니다. 훤칠한 두 사람의 모습에 위축될 법도 한데 만섭은 그런 기색 없이 담백하고 솔직하게 다가갑니다. 차가울 것만 같던 안나는 만섭이 내미는 귀여운 명함을 보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안나 역시 만섭의 족구 사랑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 족구를 그만두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러나 만섭은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답합니다. 강민은 부상으로 은퇴한 축구선수입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은 고시원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신세입니다. 만섭은 가진 게 없어도 스스로 당당합니다. 반면 강민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면은 텅 비었습니다. 안나는 그런 강민이 답답합니다. 주변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솔직하게 귀 기울이는 만섭의 태도가 안나와 강민 두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만섭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은 또 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선배 형국. 형국은 만섭을 볼 때마다 정신 차리고 공무원 준비나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선배입니다. 그런데 사실 형국 역시 족구를 사랑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 이별도 했습니다. 형국이 만섭에게 했던 그 잔소리는 과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을 겁니다. 어느 날 교내 학생들이 찍어 올린 만섭의 족구 영상은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릅니다. 우유팩 한 번씩 차 봤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우유팩 차기에 동참하고 그 결과 교내 족구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됩니다. 만섭에게 한번 졌던 강민 역시 족구 대회에 참가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승에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만섭의 발 부상과 창호의 실신으로 기권을 하려던 그때 형국이 등장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온 것입니다. 형국의 활약과 만섭의 투지 그리고 고깃집 사장님이 발견해준 미래의 재능으로 만섭팀은 우승하게 됩니다. 연습 내내 만섭이의 옆에 있어 줬던 안나는 결국 강민에게 다시 손을 내밉니다. 만섭이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할 수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으로 느껴졌습니다. 만섭이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그거랑 별개로 안나는 강민을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언가에 재미를 느끼고 두려움 없이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모습. 영화를 보면서 만섭이의 그런 모습이 굉장한 능력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만섭은 대출 이자가 연체되어 있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복학마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만섭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합니다. 만섭은 안나와의 영어발표 수업에서 50년 뒤 미래에서 왔다는 고백을 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번쩍 하는 섬광을 보여줌으로써 만섭이 사라졌다는 암시를 해줍니다. 

 

젊으니까 괜찮아

사사람이 한 번쯤은 꿈과 목적 없이 산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니 젊고 청춘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후회 없이 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괴로움에 마음 다잡기가 어려워 흔들릴 때 위로받고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영화 '족구왕'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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