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2. 12. 3. 14:08

리틀 포레스트(2018) : 자연과 음식으로 하는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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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2018)

 

본격 귀농 권장 영화

'아기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힐링 영화로 2015년 일본에서 2편으로 나뉘어 영화화된 적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장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맛있어 보이는 영상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지는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의 영향으로 고기가 거의 나오지 않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꾸며졌다는 것이 한국 버전 리틀 포레스트의 특징입니다. 

 

아름다운 사계절과 맛있는 요리의 콜라보

코 끝이 빨개지는 겨울의 어느 날 서울에서의 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시골 고향 집에 내려온 혜원. 오랜 시간 비워두었던 시골집에 불을 지피고 뱃속을 따뜻하게 해 줄 저녁을 준비합니다. 따뜻한 배춧국 한 그릇 먹고 나니 마음까지 편안해집니다. 다음 날 남아있는 재료를 모두 넣어 수제비와 배추전까지 해먹은 후 잠시 잊었던 걱정이 몰려옵니다. 도망치듯 내려온 이곳에 내가 왔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혜원을 찾아온 은숙(진기주). 고향에 아직 살고 있는 친구 은숙은 혜원이 숨기고 싶었던 그녀의 상황도 한 번에 알아차립니다. 은숙은 그야말로 아픈 곳만 콕콕 집어내는 그런 친구입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준비하던 시험에 혼자만 떨어지고 자존심 상해 이곳으로 몰래 도망 온 혜원의 사정을 단번에 집어냅니다. 사실 혜원은 도망 오기도 했지만 배가 고파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고모가 애꿎은 머리만 쥐어뜯던 혜원에게 찾아옵니다. 엄마는 혜원이 없는 동안에도 집에 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혜원을 떠난 후 소식을 알 ㅜ 없는 혜원의 엄마. 수능이 끝나고 며칠 뒤 엄마는 고모에게 혜원을 맡기고 사라졌습니다. 보물찾기 하듯 숨겨놓은 엄마의 편지 속에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가득했지만 혜원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혜원도 엄마가 없는 고향집을 떠나 도망치듯 서울로 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무런 답도 찾기 못한 채 혜원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혜원의 요리실력만큼은 엄마를 쏙 빼닮은 듯합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자연스레 엄마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엄마 레시피로 한 삼색 시루떡을 먹은 친구 재하(류준열)는 귀신같이 소금의 짠맛을 구분해냅니다. 혜원은 절대 엄마를 먼저 찾지는 않습니다. 혜원은 대신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엄마를 이해 보려고 합니다. 밭일로 땀을 뺀 후에 술이 필요한 혜원은 엄마가 가끔 만들어 먹던 막걸리를 만들어 먹습니다. 어릴 때 엄마의 막걸리를 한입 먹어 봤을 때 시큼하고 쿰쿰한 어른의 맛이었지만 지금은 직접 만들어 먹는 혜원. 재하는 도시에 살다 보니 농부가 얼마나 괜찮은 직업인지 깨닫고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에 비해 혜원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왔는데 말입니다. 혜원은 삶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향에 조금 더 머물기로 합니다. 긴 겨울을 뚫고 봄의 작은 정령들이 올라오는 그때까지 있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봄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장 불편한 건 요리할 때마다 떠오르는 엄마입니다. 제발 머릿속에서 비켜주기만 바라던 어느 날 엄마의 편지가 혜원에게 도착합니다. 반송을 하고 싶었지만 주소가 없어서 반송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편지에는 감자 빵 만드는 법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감자 빵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할 때는 안 알려주더니 사라진 후에 편지로 감자 빵 레시피라니 황당할 뿐입니다. 결국 답장을 하지 못한 채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마냥 평화로울 것 같은 시골에서도 걱정거리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밭에 잡초는 아무리 뽑아도 마음의 걱정처럼 다시 자라납니다. 어느새 혜원은 엄마의 요리에 담긴 지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자연 속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혜원의 머릿속 고민들도 점차 정리되어 갑니다. 차근차근 서울을 정리하고 고향에 자리 잡을 준비를 하는 혜원.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니 어린 혜원에게 수수께끼 같던 말들이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날 밤 혜원은 엄마의 편지에 답장을 씁니다. 처음 온 그날처럼 추운 겨울 혜원은 쪽지 하나만 남겨둔 채 다시 서울로 올라갑니다. 어느새 봄이 되고 마침내 돌아온 혜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온 그 시각 또 다른 누군가가 집에 도착한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긴 겨울 뒤에는 반드시 따스한 봄날이 온다

퇴사 권장 영화로 추천받고 실제 퇴사를 한 후에야 보게 되었습니다. 긴장감이나 반전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제목만 보고 영화 속 배경이 여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영상만 봐도 군침이 흐르는 맛있는 음식까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계절이 돌고 돌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삶에 지쳐 힘든 날이 오면 따스한 봄날이 찾아옵니다. 영상미와 요리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리틀 포레스트'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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