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2. 11. 15. 02:07

시월애(2000) : 낯선 시간 속에서 피어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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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애(2000)

잔잔하지만 낭만적인 멜로 영화

2000년대 초 '시간'이라는 주제는 한국영화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멜로와 로맨스에서 판타지적인 요소의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승현 감독의 '시월애' 또한 시간 판타지를 대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1997년의 남자 성현(이정재)과 1999년의 여자 은주(전지현)는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은 편지로 나누게 됩니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의 당신

주인공 '성현'은 새로 지은 해변가에 있는 집에 이사 온 남자입니다. 멋진 집과 어울리는 '일마레'라는 이름도 만들었습니다. 이삿짐을 정리 중 우편함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합니다. 그 편지는 '일마레'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은주'의 편지였습니다. "기다리는 편지가 있으니 혹시 연락이 오면 저에게 전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성현은 황당했습니다. 이 집은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현이 첫 주인인데 말입니다. 혹시나 해서 주변에 알아봤지만 역시 첫 주인은 성현이었습니다. 편지의 날짜는 1999년이었습니다. 성현은 1997년에 살고 있는데 무려 2년 후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누군가의 장난인 것 같아 손글씨를 쓰지 않고 프린트해서 답장을 보냅니다. 그러나 다시 온 답장에는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 딱 맞았고 집 앞을 서성이던 강아지도 키우게 됩니다. 그렇게 성현과 은주의 편지는 이어집니다. 1999년에 살고 있는 은주도 1997년이라고 쓰여있는 편지가 이상했지만 서로 의심하면서도 편지를 이어갔습니다. 은주는 1998년 1월에 올 폭설을 편지로 알려줍니다. 성현은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며 그녀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은주도 성현이 정말 1998년에서 편지를 보냈다는 걸 믿기 시작합니다. 직업이 성우인 은주는 1998년 지하철역에서 분실했던 녹음기를 찾아달라고 성현에게 부탁했고 성현은 그 장소로 가서 녹음기를 찾아 우편함으로 전달합니다. 이후 은주는 연인 '지훈'이 미국으로 유학 간 후 이별 통보 때문에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이런 사적인 이야기까지 성현에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성현은 은주의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며 파스타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고, 은주 또한 성현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현의 아버지 생전 마지막 작품집을 찾아서 우편함으로 전달합니다. 작품집에는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일마레)을 지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작품집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두 사람은 옆에는 없지만 서로 계획한 데이트도 각자 즐기며 점점 가까워집니다. 은주는 제주도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성현에게 보냈지만 성현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 장소에는 어떤 집이 공사 중이었습니다. 1998년에 있는 성현은 만나기로 한 곳에 왜 안 왔는지 묻는 편지를 받고 생각에 빠집니다. 은주를 잊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날 수 없었다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현. 유학에서 돌아온 은주의 연인 지훈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며 은주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은주는 지훈을 지워가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행복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은주는 성현에게 지훈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만났던 날을 알려주고 지훈을 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은주는 직접 2000년에 성현을 만나고 싶어 그가 다닌 학교를 찾아가서 성현의 친구 '재혁'에게 그의 사고소식을 뒤늦게 듣게 됩니다. 1998년 의 성현은 은주의 부탁으로 지훈이 유학 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장소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약속했던 장소에 성현이 나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은주는 자신의 부탁 때문에 성현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과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마음이 가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은주는 그가 약속 장소로 가기 전에 제발 그곳에 가지 말라는 편지를 전하기 위해 급하게 택시를 타고 일마레로 갑니다. 급하게 가방 속에 있었던 월급 명세서 봉투에 편지를 넣어 우편함에 두었습니다. 시간은 다시 은주가 일마레에서 나오려는 1999년. 현관에 서있는 은주는 앞에 낯선 남자와 마주칩니다. 남자는 월급 명세서 봉투를 들고 있는 성현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는 은주의 편지로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아 사고를 면했고 그날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의 편지가 시작되기 전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가을바람같이 시원하면서도 아련한 멜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간뿐 아니라 다른 시간의 속에서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편지 속에 글자들만으로 진심이 담긴 교감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봅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연인들 간의 사랑인데 말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두 사람이 나누는 러브 스토리는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SNS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는 두 사람의 사랑 영화는 많이 있지만 이 영화만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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