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3. 1. 9. 23:22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 2017) :신념과 선택에 관한 영화

반응형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 2017)

 

엠마 톰슨의 연기가 빛나던 묵직한 이야기

영화 '칠드런 액트'는 리처드 이어가 감독을 맡았고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핀 화이트헤드가 주연으로 열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며 2017년에 영화로 개봉되고 2019년에 국내에서 개봉되었습니다. '칠드런 액트'는 실제 영국에서 다루는 아동법의 이름이고 작품 속 주인공 엠마 톰슨이 판사 역할로 판결을 할 때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엠마 톰슨은 '러브 액츄얼리', '내니 맥피', '크루엘라'등에서 열연한 영국의 배우입니다. 스탠리 투치는 '줄리&줄리아', '헝거게임',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배우입니다. 핀 화이트헤드는 2017년 '덩케르크'로 데뷔한 영국의 배우입니다. 

 

한 소년으로 인해 삶을 다시 돌아보는 여자

영화는 매일 늦게까지 일에 집중하며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판사인 피오나 메이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한편 이번에 맡은 케이스는 샴쌍둥이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두 명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너무 가슴 아픈 상황으로 현재 부모는 수술을 끝까지 거부하지만 피오나는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판결을 내립니다. 물론 흑백이 분명한 사건도 존재하겠지만 이번처럼 법원의 판단이 항상 윤리적일 수만은 없으며 그 판결이 어떤 이에게는 아주 잔인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밖에서는 항상 완벽하려 하는 그녀도 정작 자신의 가정은 잘 돌아보지 못하는 듯합니다. 결국 참다못한 남편은 외도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늘 명쾌하게 결정을 지어야 하는 그녀지만 정작 남편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기만 합니다. 이처럼 본인 삶에 대한 결정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때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받지 않겠다는 백혈병 환자 가족 측과 반대로 꼭 치료를 해야 된다는 병원 측과 관련된 심리일정이 잡힙니다. 그렇게 그녀는 집을 나간 남편을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이지만 금방 다시 일에 집중합니다. 게다가 현관키를 바꿔버리기까지 합니다.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의 애덤이라는 소년은 당장 수혈을 비롯한 관련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위험한 상태이지만 부모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인이고 이 종교는 타인과의 피를 섞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부모 측은 끝까지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며 심지어 환자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고 합니다. 결국 피오나는 아직 미성년자인 이 소년의 생각을 듣기로 하고 직접 병실을 방문합니다. 애덤은 치료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죽지 않고 평생 어딘가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망설입니다. 그렇게 덤덤하게 죽음을 선택한 듯 같았던 애덤은 사실 태어날 때부터 새겨진 신앙심과 자기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직 어린 소년일 뿐이었습니다. 피오나가 나가려고 하자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애덤. 이때 피오나는 애덤의 기타 연주에 노래로 답하며 그가 가진 삶의 의지를 확인합니다. 그렇게 피오나는 '칠드런 액트' 즉 영국의 아동법에 근거하여 자신의 결정이 애덤에게 최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된 모든 지료를 명령합니다. 한편 건강을 회복한 애덤은 지금껏 종교라고 믿었던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준 피오나를 의지하기로 한 듯 보입니다. 마치 이제야 진짜 부모를 찾은 것처럼 무시하는 그녀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따라다니기까지 합니다. 며칠 후 피오나는 지방출장을 가는 기차 안에서 애덤이 자신의 생각들을 적어둔 편지를 잠시 읽게 됩니다. 그런데 직원이 뭔가 급한 일로 피오나를 찾아 나가보니 애덤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피오나와 애덤 모두 서로에게는 지금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피오나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그녀의 집에서 하숙생처럼 살게 해달라고 하는 애덤과 애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살려준 사람이 자신을 피아기만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연주를 하기로 한 피오나. 그런데 무대에 오르기 직전 애덤의 병이 재발해 현재 매우 위독하고 또 그가 치료를 거부하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듣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이미 공연이 잡혀 있는 상태였고 그렇게 굉장히 복잡한 심정으로 일단 연주를 시작합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곡으로 약속된 곳을 연주하지 않고 애덤과 함께 했던 그 곡을 노래하며 무대를 마칩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달려가 애덤을 설득해 보지만 이미 그는 마음의 결정을 했습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그의 선택을 누구도 어찌할 수 가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선택은 피오나가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렇게 애덤은 자신의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고 이제야 남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애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주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는 피오나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인생에서 완벽한 선택은 없는 법

영화 속 애덤은 종교라는 테두리 속에 갇힌 부모 밑에서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듯합니다. 그런 자신이 죽어갈 때 살 수 있도록 애써준 피오나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피오나가 완벽한 판사의 삶을 조금만 내려놓았다면 암이 재발한 애덤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그동안 내가 했었던 선택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엠마톤슨의 우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가 정말 돋보였고 몰입도 잘 되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과 선택의 질문들에 대해 갈림길에 있다면 '칠드런 액트'를 추천드립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